디지털 대선 캠페인의 중심은 소셜 미디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들이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춰 치열하게 미디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때마침 한국의 대선도 내년으로 다가왔다는 점에 비추어 미국 대선의 미디어 전략을 미리 살펴보는 일은 시의적절하고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퓨리서치센터에서 내놓은 보고서 ‘2016년 대선: 직접적인 뉴스원이 된 선거 운동 (Election 2016: Campaigns as a Direct Source of News)’은 디지털 미디어와 대선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16년 동안 미국 대선 기간 중, 디지털 미디어를 분석해 온 것을 기반으로 그 변화 과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최근 핵심 매체가 된 소셜 미디어와 후보자 홈페이지를 분석한 내용을 실었다.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 도널드 트럼프 웹사이트는 2016년 5월 1일부터 6월 15일까지를 다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분석은 5월 11일부터 5월 31일까지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미 대선 후보들이 디지털 미디어에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하는지를 판단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활용 변천사

2016년 대선을 다루기에 앞서 지난 16년 동안 디지털 미디어와 대선의 관계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1세기 초반에는 미국 인구의 절반만이 인터넷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90%가 쓰는 시대가 됐다. 선거도 이제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65%의 미국인이 선거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습득하고 있다.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경쟁한 2000년 대선은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력이 크지는 않았지만 태동하는 시기였다. 미국인의 4분의 1 정도가 인터넷으로 선거 뉴스를 접하고 있었지만 불과 6%만이 인터넷을 주요 정보원으로 보았다. 많은 대선 후보가 웹사이트를 운영하긴 했지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용도 뉴욕타임스나 MSNBC 같은 전통 미디어나 야후 포털 사이트의 뉴스로 채워졌다. 요즘 뉴스 사이트와 다르게 관련 링크를 제공하지 않는 사이트가 많았다. 설문이나 투표 정보 등 대중이 참여할 수 영역을 제공하는 사이트도 드물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나 MSNBC는 인터렉티브 기술을 활용해서 기자와 토론을 하거나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후보자를 찾아주기도 했다.

2004년 대선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전면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4년 전과 달리 대선 후보의 정책이나 선거 뉴스를 따로 보여주는 사이트가 꽤 많이 늘어났다. 조사대상이 10개의 뉴스 사이트 중에 7개가 대선 후보의 정책이나 정보를 쉽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별로의 섹션을 마련했다. 그러나 상호작용성은 여전히 높지 않았다. 4개의 뉴스 사이트는 독자가 참여할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았고, 나머지 사이트도 아주 초보적 수준의 참여만 허용해 전체적으로 후퇴한 경향을 보였다. 7개의 사이트는 외부 링크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고, 5개 사이트는 대선 관련 오디오나 영상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텍스트 기사에만 의존해 정체되어 있었다.

2008년은 대선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 시작한 원년으로 19명의 모든 대선 후보가 웹사이트를 갖고 있었다.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가 대중과 소통하는 장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퓨리서치센터도 뉴스 미디어를 분석하던 기존의 방법을 버리고, 대선 후보의 홈페이지를 직접 조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블로그가 유행하던 경향을 반영하듯 19명의 후보 중 15명이 블로그를 운영했다.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도 중요한 토론의 장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16명의 후보가 마이페이스 계정을 운영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10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버락 오바마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4만 명을 넘지 않았다. 대선 후보의 웹사이트 중 무려 17곳에서 동영상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선거 운동의 중요한 부분이 된 것은 분명했다.

버락 오바마와 미트 롬니가 맞붙은 2012년 대선의 특징은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채널이 강해진 것이다. 오바마는 웹사이트에 더이상 뉴스 섹션을 두지 않았고 롬니는 자신에 관한 긍정적 뉴스만 모아서 관리했다. 소셜 미디어 운영에서는 오바마가 단연 앞서 있었다. 5개의 소셜 미디어를 개설한 롬니에 비해 오바마는 9개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참여했으며 그 내용도 4배나 많았다. 오바마는 웹사이트에 유권자가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여성, 흑인, 청년, 동성애, 환경 등의 이슈로 나눠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해주었고, 롬니도 비슷한 방식으로 유권자의 정보 접근권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은 별로 활용되지 못했다. 오바마가 적극적으로 활용한 트위터에서 대중의 트윗을 리트윗한 비율은 3%에 그쳤고, 롬니는 이조차도 거의 없었다. 대선 후보가 디지털 링크를 제공하는 방식은 외부 링크가 아닌 자신의 웹사이트(오바마 71%, 롬니 76%)로 향해 있는 것이 대다수였다. 2012년 대선에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선거 운동의 중심은 여전히 웹사이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볼 수 있다.

웹사이트의 역할 축소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웹사이트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가 대선의 중심부를 차지함에 따라서 그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는 면이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힐러리와 샌더스는 여전히 자체 생산한 뉴스 글로 웹사이트를 구성했지만, 트럼프는 외부 뉴스 사이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2012년 대선 사이트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댓글을 달거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 2016년 대선 사이트에는 그 기능을 찾아볼 수 없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 2012년 대선에서 노인, 흑인, 여성, 동성애자, 라티노 등 특정 인구 사회적 집단을 겨냥한 영역이 존재했지만 이번 대선 세 후보의 웹사이트에서 그 기능은 완전히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2012년 대선보다 웹사이트에서 유권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이 웹사이트를 활용하는 수준도 다소 낮아졌다. 힐러리는 하루에 2개 정도의 글을 웹사이트에 게재했고, 샌더스와 트럼프는 평균적으로 3개의 글을 내놓았다.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는 하루에 8개의 글을 썼고 롬니는 4개였다. 힐러리의 사이트가 제공하는 글은 언론사에 의존하지 않은 독창적 스타일의 글이다. 증가하는 스페인어 유권자를 고려해서 영어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글도 다수 존재한다. 트럼프는 독창적 글보다는 보도 자료를 미디어 섹션 안에 넣었다. 트럼프의 사이트에서는 어떤 스페인어 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힐러리와 달리 트럼프는 폭스뉴스나 CNN 등 외부 뉴스 링크를 모아서 미디어 섹션에서 보여주었다. 샌더스는 힐러리와 트럼프의 중간적 방식을 취하며, 독창적 글과 외부뉴스 사이트 링크를 적당히 섞어놓았다.

웹사이트의 기능이 축소된 다른 증거로, 이전 대선에서 있었던 개인들의 대선 모금 활동 공간이 사라졌으며, 더불어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도 없어졌다. 샌더스는 후보를 대신해서 후원자들이 전화, 트위터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스크립트를 제공하는 것이 다른 두 후보와 달랐다. 웹사이트의 기능이 많이 축소된 이유는 대중과 소통하는 기능이 소셜 미디어로 옮겨 간 데 있다는 분석이다.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후보자의 정책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그치거나, 선거 관련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게 전부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7월 조사에 의하면, 웹사이트나 이메일로 선거 정보를 얻는 유권자가 15%,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거 정보를 얻는 유권자는  24%였다. 퓨리서치센터가 3주 동안 세 대선 후보의 소셜 미디어 활용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총 714번 트윗과 389번 페이스북 글이 있었다. 힐러리와 샌더스는 페이스북에 공식 웹사이트 링크를 주로 활용했고, 트럼프는 트위터에 뉴스 미디어 링크를 걸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후보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중심으로 대선 정보와 이슈를 따라가는 현상을 보였다. 후보들도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나 의견을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공유하면서 선거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고 있었다.

토론 공간이 된 소셜 미디어

세 후보는 소셜 미디어에서 비슷한 양의 글을 생산했다. 매일 페이스북으로 5~7개의 글을 올렸고, 트위터에는 11~12개의 글을 작성했다. 글의 양과 상관없이 트럼프의 글이 가장 많이 공유되거나 리트윗되는 특징을 보였다. 힐러리의 트윗은 평균적으로 1,500번 정도 공유됐고 샌더스는 2,500번 정도였지만 트럼프는 6,000번 정도로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팔로워가 많은 계정이 공유가 많이 되는 트위터의 특성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트위터 팔로워가 가장 많은 1,000만 명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통계다.

2016년 대선의 소셜 미디어 활동량으로 따져보면 확실히 2012년보다 많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오바마와 롬니의 페이스북 글은 하루에 두 번 업데이트됐는데, 이는 2016년 후보보다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트위터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오바마가 하루 평균 29회 업데이트라는 압도적 수치를 기록했다. 오바마가 2012년에 현직 대통령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후보에 비해 조직력 등에서 이미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외부 링크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참여를 유도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링크는 자주 사용된다. 페이스북 글에서도 세 후보는 모두 30% 정도의 비율로 링크를 썼지만 그 성격은 약간 달랐다. 샌더스(58%)와 힐러리(80%)는 대체로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에 링크를 걸었다. 용도는 주로 선거 행사, 비디오, 기부 페이지로 연결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가 사용한 링크의 78%는 폭스뉴스와 데일리메일 등 뉴스 미디어였다. 미디어 선거에 집중하는 트럼프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트위터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다른 방법으로 글의 공유가 있다. 트위터에서 리트윗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트윗 중에 23%가 리트윗이었는데 그중에 78%는 일반 대중의 트윗이 차지했다. 힐러리는 가장 적은 15%만 리트윗을 했는데 그중 80%는 본인 선거팀의 글이었다. 샌더스도 20% 리트윗을 했는데 그중 66%는 뉴스 미디어 글이었다. 대중과 잘 소통한 것으로 여겨지는 오바마도 3%만 대중의 글을 리트윗한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경우는 독특한 사례로 평가된다.

소셜 미디어에서 상대방 후보를 서로 언급하며 토론하는 기능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힐러리는 트럼프를 45차례 언급했고, 트럼프는 38차례 언급했다. 다만 대선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샌더스는 언급되는 횟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트위터에서도 트럼프와 힐러리가 서로 언급하며 논쟁하는 빈도수는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미디어를 따라가는 정치

동영상 기술이 발달하면서 화질도 좋아지고 자동으로 실행되는 기능이 추가됐다. 세 후보 가운데 힐러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동영상을 활용해 4분의 1 정도의 소셜 미디어 글이 동영상을 포함했다. 그 뒤로 샌더스와 트럼프 순으로 동영상을 활용하고 있었다. 동영상의 내용도 정치 광고에 국한되지 않고 유권자와 토론하거나 유세 현장을 담은 장면 등 다양했다.

한마디로 퓨리서치의 보고서는 2016년 미 대선후보들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 경향이 웹사이트 중심에서 소셜 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 준다. 이는 디지털 기술의 진화와 이에 따른 유권자의 변화를 정치인들이 역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변화하고 있는 증거다.

웹사이트나 블로그가 담당하던 대중 소통이 소셜 미디어로 옮겨오면서 대선 속 커뮤니케이션도 이전과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교적 통제가 가능한 웹사이트나 블로그와 달리 소셜 미디어는 이슈나 논쟁에 따라서 걷잡을 수 없는 폭풍이 몰아치기도 한다. 리얼리티 쇼 출신의 트럼프가 소셜 미디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런 미디어의 역학관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중이 참여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셜 미디어는 정치인에게는 생소하고 상대하기 쉽지 않은 공간일 수 있다. 이러한 난관에서도 미 대선후보들은 소셜 미디어의 규칙을 익히고 그 속성을 이해하면서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텔레비전 토론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소셜 미디어의 논쟁이 그 역할을 많이 물려받았다.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후보의 소셜 미디어로 몰려가서 견해를 듣고 비판하거나 공유한다. 신문이나 방송도 후보의 소셜 미디어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소셜 미디어라는 가상의 유세장이 21세기 토론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6년 대선을 소셜 미디어가 정치의 장으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역사적 순간으로 평가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In Category: 미디어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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