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독자를 생각한다

논문 지침서에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다. 자신의 논문을 읽을 독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논문은 교수나 대학원생을 비롯한 학계의 사람들이 주 독자층이 된다. 그러니까 학계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를 써도 다 이해가 된다. 용어 하나 다 설명할 필요없이, 자신의 논지를 전개해 나가면 된다. 지나치게 설명하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블로그에서 논문에 등장하는 용어를 자주 쓰면 너무 어렵다고 방문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블로그를 하면서 달라진 글쓰기 습관이 있다. 가능한 호흡이 짧고 쉬운 글을 쓰게 된다. 논문이나 영화평 같은 비교적 긴 글을 써온 나에게 상당한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논문 하나에 20~30페이지가량의 글을 써야 하지만, 블로그는 한두 페이지 정도면 충분하다. 긴 글은 인터넷상에서 잘 읽히지 않는다. 누가 컴퓨터 앞에서 장문의 글을 그것도 블로그에서 읽어 보겠는가? 나도 길고 어려운 글은 자꾸 피하게 된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한, 긴 글을 읽기보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린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당연히 독자를 고려하게 된다. 일기장에 가둬둬야할 글이 아닌한, 많은 사람이 읽어주면 힘이 난다. 지나가다 한마디씩 남겨주는 댓글이 더욱 글을 쓰게 한다. 독자들이 인터넷 하는 습관과 독자층의 관심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독자와 상관없이 묵묵히 글을 쓰는 블로그들도 있다. 하지만, 인기블로그를 살펴보면, 순발력 있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주 가게 되는 올블로그의 경우, IT 관련 글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래서 인터넷이나 기술관련 글을 쓸 때는 평소보다 많은 방문자가 내 블로그에 찾아온다. 내 주된 관심사가 대중문화쪽이다 보다 독자들을 더 붙잡아 두지 못한다. 가끔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의견을 나누다 보면, 나만의 독자층이 형성될 거다. 블로그 하면서, 미지의 독자들에게 글을 쓰는 작가의 심정을 조금 헤아리게 되었다. 글로 독자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설렌다. 이 글도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되더라도 즐거운 시간이었음 좋겠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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