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쓰기의 어려움

학과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지금 자기 소개글을 쓰고 있다. 글 가운데 나를 주제로 하는 글이 제일 쓰기 어렵다. 다른 대상이나 주제로 글은 부담없이 쓰겠지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보통 고역이 아니다. 내가 아는 미국친구 A는 다양한 소개글을 만들어 놓고, 상황에 맞춰서 제출한다고 한다. 그럴 수 있는 그 친구가 부러웠다. 변변한 자기소개글도 잘 쓰지 못하는 나에 비하면, 그 친구는 자기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하고 있는 거 같다. 아니면 자기 PR에 아주 능한 친구일거다. A는 어릴적부터 훈련받아서 별로 어렵지 않다고 했다. 나의 경우에는 그런 훈련을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처음 그런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거 같다.

자기 소개글 쓰는데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첫 수업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돌아가면서 자기는 어떤 사람인가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예전에 한국에서 영어학원 다닐 때 하는거랑 비슷하다. 나의 경우는 그냥 어디서 왔고, 석사때 무슨 연구를 했고, 지금 관심있는 주제는 무엇인가가를 가능한 짧게 말하고 맺는다. 하지만 미국친구들은 어릴적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취미나 개인적 관심사에서 연구주제까지 줄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정말 자유롭게 그런 얘기를 하면서 가능한 자신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에서 대학원에 다닐 때도 첫 수업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지만, 대부분 한국학생들은 수줍게 짧은 자기소개를 한다. 자기에 대해서 너무 주절주절 얘기하는 게 겸손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런거 같다. 단순한 몇 마디로 자기를 정의하기보다, 페이퍼나 행동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을 더 선호하는 문화 때문일까? 이런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지만 나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임은 분명하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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