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리콜은 부시 행정부의 작품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쇠고기 리콜이다. 미국 농무부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회사가 생산한 쇠고기 6490만 킬로그램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그 중 1680만 킬로그램은 학교 급식에 공급되었고 일부는 주요 패스트푸드점으로 갔다.

미국 인도주의 협회(The 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광우병이나 다른 질병으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소에게 전기 충격이나 갈코리를 써서 억지로 도살장에 몰아넣는 잔인하고 위험한 장면이 녹화 되어 있다. 질병에 오염되었지도 모를 쇠고기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까지 유통된 것이다.

망가진 미국의 보건체계

쇠고기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시금치, 땅콩 버터, 햄버거 고기도 오염되어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사람이 먹는 음식만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 사료에서도 독성 물질이 나와 애꿎은 애완동물들도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의 공중 보건이 갑자기 위협받게 되었을까?

현재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식품안전의 문제에 대해 리콜 같은 임시방편만 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대책은 한심한 수준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위생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소위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정부다. 국민 건강을 관장하는 식약청(FDA)과 식품안전을 담당하는 농무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고 예산을 삭감하는 정책을 써왔다. 식품의 안전을 기업 자율에 맡겨 버리고 정부는 최소한 감시만 하는 체제로 바뀐 것이다.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감시체계가 무너진 이유는 간단하다. “이윤의 극대화”를 최대 목표로 삼는 기업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미국 쇠고기 시장에서 타이슨, 카길, 스위프트, 내셔널 비프, 이 네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한다. 이들 독과점 회사들은 로비를 통해 부시 행정부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들은 로비외에도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아예 농림부 안에 자기쪽 사람들 심어놓았다. 전직 농무부 장관 앤 배네만(Ann Veneman)은 육우협회 출신으로 독점 쇠고기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활동했다. 앤 배네만의 핵심참모들도 육우협회에서 활동하던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퇴직 후에 다시 육우협회에서 일하게 된다.

감시를 해야할 기관에 감시받는 회사의 사람들을 채용한다는 것은 감시를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막대한 로비자금을 받은 부시 행정부는 쇠고기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부시 자신도 목장주 출신이 아닌가.

광우병 검사에 쓰이는 돈도 아까워 검사기관도 줄이고 검사횟수도 줄인 부시 행정부다. 만약 검사를 늘려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 쇠고기 기업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쇠고기 기업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는 일을 막겠다는 의도이다.

전 세계인의 건강도 위험하다

식품 안전도 시장에 맡겨버린 부시 행정부가 지금 직면한 문제들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로비로 감시체계를 무력화한 미국의 독점 쇠고기 기업들은 오히려 해외 시장개척을 위해서 힘쓰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인의 건강도 시장에 맡기려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한미FTA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산 쇠고기가 거의 아무런 제제 없이 바로 한국으로 수입된다. 이제 한국도 더 이상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다. 고장난 미국 위생관리 체계의 영향권 아래 한국이 포함되는 것이다. 병든 소가 멀쩡한 고기로 둔갑하여 한국으로 들어와 학교급식이나 식당 등으로 공급될 수 있다.

한미FTA는 한국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미국 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얻어보려하고 있다. 심지어 기본적인 검역권까지도 포기해야할 지경이다. 미국 정부의 고장난 식품관리체계는 완전히 망가져서 언제 또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부시 정부의 보건위생체계는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은 식품안전 사건이 터지기 전에 예상할 수 없고, 문제가 생긴 식품을 리콜하는 사후처리만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인명 희생을 막을 수 없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통제할 것이라는 생각은 신화다.

망가진 보건위생 관리기관의 예산을 확보해서 감시체계를 정상화시키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분명히 다시 발생할 것이다. 아니면 독립관리기관을 설립하여 공정히 감시할 수 있게 해야한다. 기업의 이익과 경제성장만 생각하는 부시 정부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건강은 실용적 정책만으로는 지켜낼 수 없는 공공의 문제다. 망가진 보건정책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드는 사회적 비용은 로비자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 기사가 되었습니다.

In Category: 사회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6 Comments
  • foog 2008년 2월 28일, 12:27 am

    공포영화네요.. 짭..

  • 류동협 2008년 2월 28일, 6:58 pm

    foog — 보내주신 트랙백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문제가 아주 심각하죠. 신자유주의 보건의 말로죠.

  • Jishaq 2008년 3월 17일, 1:21 am

    블코 채널 타고 왔습니다.

    사람들은 미국을 여전히 자유의 나라, 성공의 나라로 생각하고 미국은 살기좋다라고 인식을 하고있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미국의 실상은 돈이 모든걸 지배하는 더러운 사회죠.

    쇠고기도 마찬가지죠. 미국 거대 축산업자들의 로비와 머니파워에 밀려서 쇠고기산업이 개방이 된 거죠.

    글 잘 보고 갑니다.

  • 류동협 2008년 3월 17일, 1:38 pm

    Jishaq — 블코를 타고 오셨네요. 로비스트들로 점철된 미국의 정치판이 이제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이 씁쓸합니다.

  • 하진 2008년 5월 1일, 10:41 pm

    어느새 현실화 되었네요. 이명박 정부가 미국을 이상적인 국가모델로 삼는 것 같아 착찹합니다. 확실히 고위층에겐 더없이 이상적이겠지요. 앞으로 학생식당 이용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네요. 제 블로그로 글 퍼갑니다.

  • 류동협 2008년 5월 2일, 1:41 am

    하진 — 미국 시스템 중에 잘된 것도 많은데 하필이면 고장난 것만 따라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철학이 의심스럽습니다. 부자와 권력자들의 수준 이하 정책에 서민들만 죽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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