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속삭임이 들리던 어느 가을날

매년 이맘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올해 가을은 유난히 쓸쓸하다. 낙엽이 져서 바닥에 뒹구는 모습이 꼭 내 모습처럼 여겨진다. 물기 하나 없이 바싹 말라버린 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게 처량하다. 곧 다가올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서 제 몸의 일부를 떼어내는 나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낙엽은 마지못해 밀려난 게 못마땅하다. 집안에서 그런 상념에 잠기다가 잠시라도 그 모습을 담아두려고 사진기를 들고 산책하러 나갔다.

유난히 파란 하늘이라서 바랜 낙엽의 색깔과 선명하게 대비가 되었다. 가을 하늘은 왜 이렇게 쨍하고 맑은 것인지. 마치 단풍의 빛깔을 유난스럽게 보여주기 위한 도화지라도 되는 양.

그래도 나무에 붙어 있을 때는 아름다운 빛깔이었던 단풍이 바닥에 떨어지면 추레하고 더 쓸쓸해진다. 잔디를 가득 뒤덮고 있는 저 낙엽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무어라 하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마저도 바람 소리에 묻히고 만다.

해가 저물녘이라서 그림자마저 길게 늘어졌다. 엿가락처럼 늘어선 모양이 꼭 외로운 사람을 연상시킨다. 낙엽 위로 길게 축 늘어진 그림자는 가을의 또 다른 얼굴이다.

블로그 글을 찾아보니 작년에도 이 무렵 가을 사진을 찍었다. 비록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가을 느낌도 매년 다른 거 같다. 올해가 작년보다 겨울이 더 빨리 오나 보다. 가을은 한국 풍경이 더 멋진데 몇 년째 미국에서 가을을 맞고 있다. 그 때문에 더 쓸쓸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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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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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랭키 2009년 10월 27일, 7:24 am

    한국은 지금 단풍이 절정이에요.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쉬울만큼…
    잘 지내고 계시죠.
    오늘은 덧글이 잘 올라가야 할텐데…
    요새 여기 덧글 오류가 많이 나더라구요.

    • 류동협 2009년 10월 27일, 11:36 am

      지금은 댓글이 잘 올라오네요. 한국 단풍은 지금이 한창이라고 들었습니다. 멋지게 즐기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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