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케익가게

반스앤노블(Barnes and Noble)이나 보더스(Borders) 같은 대형 미국서점에서 일본 만화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아예 Manga라는 서가로 분류되는 일본만화는 미국만화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 일본만화 서가의 20% 정도는 한국만화가 차지하고 있다. 비슷한 그림체와 스토리라는 이유로 이곳에 두었나보다. 한국만화와 일본만화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만화책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만화는 읽는 방향이 반대라서 나는 적응하는데 한동안 고생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가끔 만화방에 드나들며 다양한 독서의 경험을 누릴 수 있었지만, 미국에 오고나서 이 만화방이 가끔 아쉬웠다. 서점에 가서 재미삼아 일본만화 시리즈를 사서 단숨에 읽었다. 예전에 ‘초밥왕’ ‘명가의 술’류의 음식만화가 마음에 들어서 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를 골랐다. Antique Bakery라는 만화인데, 한국에는 어떤 제목으로 번역되었는지 모르겠다.

서양골동양과자점은 남자 네명이 케익가게를 꾸려가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여자 직원 한명도 없이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케익가게는 머리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다. 스토리도 탄탄해서 왜 그들이 모이게 되었고 그들 사이의 갈등도 이해하게 되었다. 모두 꽃미남에다가, 그중에 둘은 게이였다. 일본 만화에서 게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자주 나오는지 처음 알았다. 한국 만화에서 접할 수 없는 소재여서 신선했다.

미국에 와서 우연찮게 게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지금 재학하고 있는 학과의 박사과정에만 두 명이 있고, 교수들 가운데도 몇 명이 있다. 그리고 이래저래 알게된 게이도 몇명이 더 있다. 한국에 있을때는 완전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서 겪어보니 별로 다른 게 없다. 오히려 소수자라는 정서때문인지 잘 통하는 면이 있다. 얼마전 콜로라도주 국민투표의 항목 중에 게이의 결혼에 관한 게 있었다. 물론 부결이 되었지만, 미국에서 동성애에 관한 인식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상황은 내가 아는 바 없지만, 적어도 일본만화 속에서 동성애의 코드는 강하게 부각이 된다. 서점에 펼쳐본 몇가지 만화에서 흔하게 동성애를 다룬 걸 볼 수 있는 걸보면 알 수 있다. 이 책도 동성애를다룬 만화란 걸 모르고 샀다.

케익을 통해서 개인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이 만화책을 통해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탈리아 속담에 “맛있는 음식은 삶의 고통을 잊게 한다”라는 게 있다. 은퇴한 경찰의 쓸쓸한 심정이나 좌절한 권투선수의 꿈도 다독거려준다. 거창한 사건이나 희대의 로맨스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만화다. 보기만 해도 근사한 케익은 읽는 동안 군침을 돌게 한다.

서양골동양과자점 Antique Bakery

By Fumi Yoshinaga

In Category: 문화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4 Comments
  • 2007년 10월 8일, 7:40 am

    서양골동양과자점.. 이걸 어찌 끊어 읽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ㅋㅋ 나름은 “서양골동 양과자점”이라고 끊었으나 정확한 지 모르겠어요. ㅋㅋ

  • syd K. 2007년 10월 8일, 3:53 pm

    귄언니, 저거 서양 골동 양과자점, 이라고 어디서 들었던. Western Antique Bakery. (끊어읽기 중에 재일 잼났던 게 서양골 동양과자점… 흐흐흐)

    그리고, 이 작가 요시나가 후미는, 정말 유명한 BL(Boys Love)계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이죠 =.= 덕분에 노말물을 그려도 그 삘이 팍팍 나온다는.. (켈켈… 사실 이 만화같은 경우는 아주 건전한 노말물에 속함)

  • 먹는 언니 2007년 10월 8일, 4:45 pm

    이 만화 넘 잼있어욧! >.<
    근데… 서양골 동양과자점이 아니었군요. ㅋㅋㅋ Antique Bakery이라면 서양 골동 양과자점인건가요? 훔훔. 🙂

  • 류동협 2007년 10월 9일, 2:03 am

    @귄, syd K.,
    난 한국말로 번역한 거랑 영어로 한거랑 나름 느낌이 다르더라. 한국말이 훨씬 정감이 있긴하지. 끊어읽기가 그렇게 할 수도 있다니 놀라운 걸.

    @먹는 언니,
    정말 오랫만에 오셨네요 ^^ 역시 먹는 얘기라면 놓치지 않는 예리함. 한동안 먹는 얘기가 뜸했는데 앞으로는 자주 올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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