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소니 보르뎅 한국에 가다

한국 음식에 관한 비디오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다룬다. 여행채널(Travel Channel)에서 앤소니 보르뎅(Anthony Bourdain)이라는 스타 요리사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관광하며 음식도 체험하는 “No Reservation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벌써 세번째 시즌을 찍을 정도로 인기가 많고 재미있다. 앤소니 보르뎅은 상냥하고 신사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그 흥미진진하다. 스웨덴에 가서 아바(ABBA)가 싫다고 말하고 한국에 와서 노래방은 고통스러운 곳이라 소리친다. 그는 한마디로 말해 까칠한 요리사/작가다.

앤소니 보르뎅은 프랑스 음식 요리사로 “레할레”라는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수많은 요리책, 여행책, 여행 비디오, 요리 비디오를 만들고 있다. 그의 책이나 DVD가 전세계에 번역되어 팔리고 있을 만큼 유명한 요리사다. 그의 프로그램을 즐겨봤는데 한국은 언제 한번 다뤄주나 궁금했다. 알고보니 그가 이끄는 팀원 중에 한명이 한국인이었다. “나리”라는 거침없는 여자다.

나리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오십대의 앤소니 보르뎅을 포장마차부터 서울의 밤거리로 여기저기 끌고다닌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앤소니 보르뎅은 나리가 이끄는 대로 노래방, 찜질방까지 전부 따라다녔다. 뉴져지편에서 앤소니 보르뎅은 나리와 함께 한국 식당의 순두부 찌개를 이미 체험했었다.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앤소니 보르뎅은 끌려다니는 인상이 강했다. 자기가 마음에 안드는 요리사나 가수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그였지만 한국편에서 그는 꽤나 고분고분해보였다.

앤소니 보르뎅은 산낙지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정도로 대범하다. 다른 에피소드를 보면 기이한 음식도 잘 먹는다. 가끔 영화를 좋아하는 미국 친구들과 박찬욱의 “올드보이”로 토론을 할 때 항상 나오는 말은 정말 한국에서는 산낙지를 그렇게 먹느냐는 거다. 고기도 특정 부위만 먹는 미국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닭발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를 것이다.

미국인 프랑스 요리사의 눈에 비친 한국 음식이 이 에피소드에 모두 담겨있다. 여러가지 한국 음식이 나왔지만 장작불에 초벌구이한 삼겹살을 다시 숯불에 구워먹는 장면이 최고였다. 쌈장을 맛있게 찍어먹는 앤소니 보르뎅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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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3 Comments
  • 프랭키 2008년 3월 23일, 1:06 am

    정말 제대로 먹고 가네요. ㅎㅎㅎ
    항상 이방인의 눈에 우리 음식과 문화가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는데.. 재밌게 봤어요. 음식을 하나씩 맛볼 때마다 spicy, delicious라고 하더니.. 삼겹살에 와서는 really good이라고 하는군요. ㅎㅎ
    그래도 제일 인상적인 건 역시 김치인 것 같습니다. 새삼 우리 음식에서 김치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 싶네요.
    사찰음식을 먹는 장면도 나왔으면 좋았겠다 싶네요. 베지테리언을 위한 가장 화려한 음식이.. 우리 사찰 음식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 류동협 2008년 3월 24일, 1:35 am

    프랭키 — 앤소니가 돼지고기를 좀 많이 좋아하는 편이죠. 특히 돼지껍떼기라면 사죽을 못쓰더군요.

    어느 나라나 음식이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하지만 한국과 이태리는 음식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죠. 가끔 한국 영화나 드라마보는 외국 친구들이 묻더군요. 왜 그렇게 밥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지.

    사찰음식하니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서 절에 갔다가 얻어먹던 밥이 생각나네요. 소박한 반찬이지만 맛은 아주 풍성했었죠.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건 쑥떡이죠.

  • Houstoun 2010년 9월 17일, 4:17 am

    대단하신 분이네요.
    저도 요리를 좋아해서 별음식을 다먹어보고
    만들어보고 하지만 몇 가지 못먹고 시도도 하고싶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려면
    그런것쯤은 감수해야겠지요.
    잘 보고 갑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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