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이후

미국에 온 2003년 광우병이 발병하면서 우리집 식탁에도 변화가 있었다. 쇠고기 소비를 줄이면서 다른 고기를 통해서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닭고기나 돼지고기가 주된 음식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 음식에서 쇠고기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각종 국거리에 쇠고기와 쇠고기 육수가 들어가야 한다. 좋아하던 쇠고기무국, 쇠고기미역국, 쇠고기장조림, 쇠고기덮밥을 다 포기해야 했다.

쇠고기보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더 좋아했지만 못먹게 되니 더 그리워지는 법이다. 처음 몇 달은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가끔 쇠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생각났을 뿐이다. 닭고기나 돼지고기가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자 슬슬 지겨워졌다. 쇠고기를 안먹는 종교나 문화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이미 길들여진 음식 취향을 단번에 끊는 건 무척 어렵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그러던 중 대안으로 떠오는 방법이 있었다. 유기농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료품점인 홀푸즈 (Whole Foods Market)나 와일드오츠 (Wild Oats Marketplace)에서 쇠고기를 사는 거였다. 유기농 쇠고기를 사러 홀푸즈에 갔다. 그곳에서 유기농(Organic)과 친자연(All Natural) 고기등급을 알게 되었다. 공장형 농장은 소에게 성장호르몬, 항생제 그리고 동물의 고기, 내장이나 뼈를 갈아서 만든 육골분 사료를 먹인다. 친자연 고기는 이러한 약물과 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키운 고기다. 유기농 고기는 여기에다 유기농 곡물을 먹여서 키운 고기다. 친자연 고기로 키우려면 기존 공장형에 비해서 약 20퍼센트 정도 비용이 더 들어간다. 소가 병들어 항생제를 주게 되면 친자연등급의 고기로 팔 수도 없다.

미국에서 비공장형 친자연(All Natural, Organic) 쇠고기의 시장이 광우병 발병 이후 점점 커지고 있다. 홀푸즈나 와일드오츠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출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반 식료품점인 세이프웨이, 킹수퍼, 알버슨도 일부이긴 하지만 유기농 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공장형 쇠고기의 시장이 전체 쇠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미국의 일반 소비자들은 광우병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NPD Group에서 2004년 2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2퍼센트의 소비자들만이 광우병을 심각한 위험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세번째 광우병소가 발병한 지금 조사를 해보면 좀더 높은 수치가 나올 것이다.

내가 너무 광우병에 예민한 걸까?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 2000마리당 1마리만 광우병소검사를 한다. 유럽이나 일본의 검사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게다가 이런 검사를 미국 농무부에서 독점하고 있고, 사적인 광우병검사를 법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사적인 광우병검사는 일반 소비자와 일본이나 한국 등의 외국소비국가에 쓸데없는 의심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고 농무부 주관 광우병 검사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캔사스주 아칸사스시티의 크릭스톤 정육업사(Creekstone Farm Premium Beef LLC)는 사설 실험소에서 자사의 쇠고기 전체를 광우병검사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농무부는 이런 조사는 불법이며, 소비자들에게 미국의 소가 모두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아이오와주 에임즈(Ames)에 있는 농무부 소속 연구소에서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의 농무부에서 실시하는 광우병 검사방식에 대한 이견도 분분하다.

한국 정부는 광우병 위험물질인 척추뼈가 나왔는데도 검역을 재개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한미FTA를 위해서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삼은 셈이다. 한국정부는 실익도 없는 FTA를 사수하기 위해서 국민들은 입닥치고 광우병 쇠고기나 먹으라고 한다. 한국 정부는 검역주권도 포기하고 미국농무부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대형마트에 풀리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중 대부분은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러한 유통망을 통해서 미국산 쇠고기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으로 들어가게 될거다. 갈비탕, 설렁탕, 막창 등 한국음식은 광우병 위험물질이 주성분이라서 다른 부위까지 수입하게 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식당에서 파는 쇠고기가 미국산인지 밝힐 방법은 없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함부로 말할 수도 없다.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도 광우병에 우려를 표현했다가 농축산업계에 호되게 당한 일이 있다. 소송당할 각오는 단단히 해야한다. 언론사들에 대한 쇠고기기업의 법적대응이 더욱 적극적이 되면서 신문기사조차 함부로 내놓지 못한다.

쇠고기를 먹는 소비자로서 광우병 위험에 대응할 방법은 많지 않다. 일상적으로 먹는 햄버거에 들어간 고기는 정체불명이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점은 어떤 고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밝히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조차 묵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음식을 알고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평소에 음식관련 글을 써오던 터라 광우병에 관한 블로그글을 쓰는 걸로 소비자의 권리를 말한다.

In Category: 사회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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