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독서층이 출판산업을 살리나?

by 류동협 on 2010년 2월 2일

in 먹고 즐기고 비평하고

작년 미국 베스트셀러 책을 중심으로 출판계를 파악하자면 대체로 독자 연령층이 확실히 젊어졌다. 단연 눈에 띄는 작가는 “트와일라잇”을 쓴 스테파니 마이어다. 그녀의 뱀파이어 삼부작이 베스트셀러 1위부터 3위까지 휩쓸었다. 섹시한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 10대 여성 독자층이 베스트셀러로 끌어올려 준 셈이다. 작품성보다는 주제 선정이 아주 탁월했다. 금기된 10대의 사랑에 대한 내부적 갈등을 뱀파이어와 결합한 독특한 주제는 극적 효과가 있다. 이 작품의 시작은 작가 꾼 꿈이었다고 한다.

주목할만한 또 다른 책으로 “윔피 키드” 시리즈가 있다. 제프 키니 책의 독자는 스테파니 마이어의 독자층보다 어리지만 의외로 나이 든 사람도 좋아한다. 나무 작대기처럼 마른 국민 약골 주인공의 성장기다. 간단히 말하자면, 평범한 아이의 평범하지 않은 정신세계를 다룬다. 그림체가 세련된 건 아니지만 관점은 새롭다. 착하기만 어린이의 시점이 아닌 약간 삐딱한 관점이다. 벌써 4번째 책이 작년에 나왔고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될 예정이다. 고백하자면 나도 이 책을 보았는데 단숨에 읽어버렸다.

10위 오른 모리스 샌딕의 그림책은 1988년에 나왔지만 올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다시 흥행한 작품이다. 모여라 꿈동산에 나올 법한 대두 괴물과 친구가 된 소년 이야기다. 10위권 안에 6권이나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어른이 되어 점점 책을 읽지 않게 된 건지, 아이들이 점점 더 책을 많이 읽게 된 일이지 알 수 없지만 도서인구의 나이가 어려진 건 고무적이다.

전통 매체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노령화를 꼽을 수 있다.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은 장르의 매체는 상업적으로 약화되고 그와 더불어 사회적 영향력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향유층이 늙어서 죽으면서 그 매체도 함께 늙어가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확률이 아주 높다. 클래식 음악이 청소년층 유입을 위해서 그토록 노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책도 마찬가지로 영화, 게임, 인터넷에 밀려서 십 대 인구에게 천대받는 현실이다.

2009년은 영화의 도움을 받은 책이 유난히 많은 한 해였다. 스테파니 마이어와 모리스 샌딕의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영화로 각색되었다. 영화가 책의 판매를 도와주었다.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어 원작소설을 찾아서 읽게 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영화는 책뿐 아니라 음반 판매에도 기여하였다.

미디어 융합은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경향이다. 영화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다른 뉴미디어와 전통 매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게 될 것이다. 트위터가 영화 흥행을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고, 인터넷 팬클럽이 드라마 이야기 전개에도 영향을 준다. 매체를 넘나드는 성공기는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젊어진 독자층과 뉴미디어의 후원이 2009년 미국 출판시장을 읽는 코드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출판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책의 모험은 흥미롭다. 2010년은 전자책 열풍이 한바탕 몰아칠 기미가 보이고,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책의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도서관의 어린이 서가가 점점 커지는 것도 미래의 자양분이다.

2009년 베스트셀러 책 (미국)

  1. Breaking Dawn – Stephenie Meyer
  2. Eclipse – Stephenie Meyer
  3. Twilight – Stephenie Meyer
  4. Last Straw (Wimpy Kid #3) – Jeff Kinney
  5. Shack – Paul W. Young
  6. Dog Days (Wimpy Kid #4) – Jeff Kinney
  7. Act Like a Lady, Think Like a man – Steve Harvey
  8. Going Rogue – Sarah Palin
  9. Time Traveler’s Wife – A. Niffenegger
  10. Where the Wild Things are – Maurice Send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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