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맛있는 대중문화

2010년이 시작한 지 한참이나 흘렀지만 블로그에 글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해가 갈수록 글쓰기가 더 어렵다. 어떤 주제를 알면 알수록 새로운 시각이나 내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미 누군가 했던 이야기일까 두려웠다. 뻔한 내용을 반복하기 싫어서 생각을 파고들어가다 보면 글은 어느새 미뤄진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시기를 놓치기 마련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2009년을 정리하는 블로그 글은 썼어야 했다. 그것도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지금 쓰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 되었다. 올해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방문자나 구독자가 많은 블로그도 아니면서 매년 한해를 정리하는 의례가 필요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다른 방법으로 한해를 정리하는 걸 찾아보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지난 일은 이미 지나간 것일 뿐이다.

2010년 이 블로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다. 맛있는 대중문화의 정체성이 모호했던 건 사실이다. 나는 평론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정식 기자도 아니다. 한국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지만 지금 사는 곳은 미국이라서 평을 쓰더라도 현장감이 부족하다. 가끔 미국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지만 나의 글은 외국인의 시각에 한정되어 있어서 미국 문화의 깊은 내면을 다 이해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경계에서 줄다리기하는 심정으로 글을 쓰는 일에서 느끼는 불안감도 항상 있었다.

영화, 텔레비전, 음악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어느 특정한 분야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폐활량이 부족한 잠수부가 수면에 머물면서 어디로 잠수해야 할지 망설이며 부유하고 있었다. 2009년은 어느 바닥으로 잠수할지 미루기만 하면서 간을 보는 게으른 한 해였다.

2009년 동안 글쓰기 스타일에 변화를 추구해봤지만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날렵하고 재치있는 글쓰기는 나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넘실거리기만 했다. 학술적 글쓰기의 무거움이 여전히 이 블로그를 압도하고 있다.

2010년 이 블로그의 계획은 이렇다. 꾸준히 글쓰기를 통해서 방향을 찾아보는 길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다. 그러다가 올해는 내가 원하던 스타일로 변신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우선 지금 내가 머무르는 공간에 좀 더 충실해지기로 했다. 앞으로 미국에 얼마나 더 머무르게 될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이라도 열심히 미국 대중문화를 봐두고 글로 기록해두려고 한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 그 경계에 서있는 나의 애매한 위치에서 바라본 기록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기록이 단순한 독백으로 머무르지 않고 대화가 될 수 있게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In Category: 라이프스타일

류동협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Show 2 Comments
  • 홍성일 2010년 1월 14일, 10:31 pm

    2010년에도 건승입니다. 보내주신 편지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람관계가 서툴러서 무척이나 난감했는데,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종종 인사드리고 자세한 이야기는 또 다른 시공간에서 이야기할께요. 고맙습니다.

    • 류동협 2010년 1월 22일, 3:54 pm

      너한테 부담주려고 쓴 편지도 아니니 편하게 생각해. 연락은 자주 주고받지 못하더라도 가끔 소식을 전하자. 항상 건강하고 2010년을 멋지게 보내길…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