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글 정책

by 류동협 on 2009년 4월 2일

in 즐기고 비평하고

참고글을 밝히지 않았다고 댓글로 지적받고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의도적인 건 아니었고 게으른 탓이었다. 이 블로그에 있는 상당수 정보글에는 항상 참고글이 그 뒤에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그걸 일일이 밝히지 않고 내 생각과 섞어서 그냥 블로그 글로 써왔다.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주로 내 생각을 담담히 적는 쪽글 수준이었으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필요한 자료도 찾아가며 글을 쓰는 횟수가 늘어났다. 블로그 글이 논문도 아니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던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 한두 개의 참고글에서 십여 개가 넘어갈 수도 있었다. 이걸 다 밝히자면 일일이 출처를 밝히고 링크까지 걸려면 글을 쓰는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블로그 프로그램 자체가 그런 기능을 편리하게 구현하고 있지 않아서 수동으로 작업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인용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그 과정을 생략했고 댓글로 자료를 요청하면 링크를 거는 소극적 방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했다. 블로그 글쓰기에만 신경을 쓰면서 정작 도움을 받은 남의 글에 대한 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그동안 나의 태도를 반성했다.

블로그 구독자와 방문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책임감이 커졌다. 미국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자로 살아가면서 타인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내 마음속에 내내 있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는 블로그글을 논문 쓰듯이 가능한한 철저하게 참고글을 밝히고 이미지 출처도 알리기로 결심했다. 참고글을 찾아서 더 읽으려는 사람들은 원전 링크로 찾아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참고글이 온라인에 있으면 링크를 걸고, 오프라인 자료면 저자와 제목은 반드시 밝힐 것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참고글을 밝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내 블로그글의 저작권을 인정받으려면 나부터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이 타인의 생각에 도움을 받았다면 그걸 먼저 확인시켜줘야지 남한테도 내 글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나부터라도 타인의 저작을 존중하는 문화를 실천해야 한다. 그런 문화가 점차 퍼져 나가면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글을 도용하는 행위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모든 글은 그 글을 쓰는 데 들인 노력을 동등하게 인정받아야 하는데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저작권을 존중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칠 여유는 없지만 이 블로그 하나쯤 바꾸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집단지성이 작동할 수 있으려면 정보를 공유하고 그 고리를 잘 이어줘야 한다. 하늘 아래 완전히 순수한 창작은 없고,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결국 타인의 의견이 주는 도움으로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참고글은 블로그와 다른 글을 이어주는 시작점이 되는 고리다. 그 고리가 단단해질수록 더 많은 생각과 창작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참고글을 확실히 밝혀주면서 실천하는 이웃 블로거가 있다. foog님과 clio님이다. 두 블로그는 원문에 대한 링크를 반드시 제공하고, foog님은 심지어 원어글과 번역글을 동시에 보여줄 정도로 치밀하다. 이분들의 블로그를 모델로 삼아서 나의 블로그도 참고글 영역이 보강될 것이다. 부엌을 개방한 식당처럼 블로그를 더욱 투명하게 운영할 것을 약속한다.

마지막으로 댓글로 나를 일깨워준 분에게 감사드린다. 이렇게 댓글로 의견을 듣고 배워갈 수 있는 게 블로그의 장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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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comments… read them below or add one }

1 서울비 April 2, 2009 at 5:39 am

얼마 전 제가 블로그에 소개한 영어사전 사이트를
어떤 블로거가 소개하면서 “via 서울비”라고 달아
다시 소개하는 것을 보았지요.

사실 제가 만든 사전 사이트도 아닌데,
정보를 수집한 곳에 대한 정보까지 밝히는 정성을 보면서
저도 구독하는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를 소개할 때
좋은 정보를 처음 소개한 사람까지 밝히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어렵고 귀찮을 수도 있지만,
더 좋은 것으로 돌아올 습관이 바로 참조 출처 밝히기 같아요.

지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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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류동협 April 2, 2009 at 11:48 am

처음 글을 쓴 사람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 좋은 글을 소개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성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그런 걸 밝히려고 애쓰고, 그런 습관을 들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 거 같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공짜 정보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죠.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가 이런 작은 변화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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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민노씨 April 2, 2009 at 1:04 pm

생각이나 느낌이라는 것이 그저 홀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이의 생각과 느낌들이라는 맥락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이렇게 글 속에서 그 생각이 어떤 맥락들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것은 사유와 느낌들의 풍경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와 저자 스스로를 존중하는 기본이 되는 자세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나 웹상의 텍스트가 서로 의지하고, 또 서로 보완하는 거대한 하이퍼텍스트 링크들의 연계들로 구성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런 링크와 인용의 문화는 그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겠죠. 류동협씨의 블로그 정책에 전폭적으로 공감과 함께 응원을 보내는 마음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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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류동협 April 3, 2009 at 2:52 am

민노씨의 부지런함을 항상 배우고 싶었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링크와 인용을 통해서 블로그 세계와 더 많이 소통해보려고 합니다. 서로 의존하는 관계 속에서 또다른 창작이 피어날 수 있는 문화가 보급되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링크는 고맙게 받겠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 아래 링크를 권합니다. 좀더 긴 생각과 그 안에 담긴 링크를 타고가다보면 더 깊은 생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추천글
http://minoci.net/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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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foog April 2, 2009 at 4:12 pm

저도 가끔 올리는 유머사진은 불펌이 꽤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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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류동협 April 3, 2009 at 2:54 am

그래도 대단하세요. 유머는 더 많이 퍼져나갈수록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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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lio April 3, 2009 at 7:21 a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류동협님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 부끄럽게도 제 이름을 올려 주셨지만 사실 저도 의도하지 않고 빠트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 저는 조테로(Zotero)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자료를 정리합니다. 책이나 논문 같은 문헌 자료 뿐만 아니라 일반 웹싸이트들도 쉽게 정리할 수 있으니 여러 모로 유용합니다. 블로그 포스팅 별로 폴더를 만들어 정리해 두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bibliography 로 뽑아내서 블로그에 싣고 있지요. 혹시 아직 사용해 보시지 않았다면 한 번 써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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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류동협 April 3, 2009 at 7:10 pm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더 부끄럽네요. 조테로는 파이어폭스에 깔아놓고 조금씩 시험중입니다. 꽤 편리해서 자료정리하는데 그만인거 같습니다. 더 많은 사이트가 조테로를 지원해주면 좋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현재 이만한 프로그램도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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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freesopher April 3, 2009 at 9:22 am

민노씨네에 갔다가 링크를 타고 들렀습니다. 주로 제가 쓴 글을 스스로 인용하는 편(으응?)이라 제글에도 링크가 거의 걸리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 들어서 주인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바와 동일한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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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류동협 April 3, 2009 at 7:12 pm

저도 그동안은 내부 링크만 활용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외부 링크를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freesopher님도 한번 시도해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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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issFlash April 5, 2009 at 5:17 am

잘 봤습니다.

저도 글을 쓸 때 참고글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편인데도, 빠트리는 경우가 생기긴 하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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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류동협 April 5, 2009 at 4:41 pm

고맙습니다.

뭔가를 바꾸려는 게 생각보단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자꾸 습관을 들이다보면 차차 나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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