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해철은 음악계에 몇 안되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서 좀더 입장을 들어보고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 나같은 비주류 블로거가 백마디 하는 것보다 비교적 주류에 있는 그가 하는 한마디의 효과가 더 크다. 그래서 신해철이 어떤 논리로 학원광고에 출연했는지 궁금했다. 그가 홈페이지에 남긴 글을 바탕으로 이번 논쟁에 참여한다.
미국 시트콤 ‘프레이져’에서 광고와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다. 씨애틀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심리상담쇼를 진행하는 프레이져는 우연히 광고를 제의받는다. 그런데 프레이져는 자신이 유명한 정신치료사이니까 광고할 때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몰래 그 제품을 시험해본다. 프레이져는 자신이 써보고 추천할만 제품이라야 광고에 응하겠다고 고지식하게 군다.
신해철은 평소에 공교육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자주 말해왔다. 그런 그가 특목고 입시학원 학원광고에 출연해서서 몇명 합격이란 배너를 자랑스럽게 펼치고 있는 모습은 대단한 충격이었고 이에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보수신문은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신해철을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비난했고, 진보신문도 신해철의 논리는 궤변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신해철이 일으킨 바람으로 다시 한번 공교육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나는 신해철이 밝힌대로 사교육을 맹목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다는 논리보다 그의 공교육 불신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을 모두 폐기해버려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까지 밝히고 있다. 그의 논리에 따르자면, 사교육은 지식 전수의 장으로 쓰고 공교육은 개인의 품성함양과 사회화 역할을 맡는 공조체계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공교육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안이 왜 사교육이 되어야 할까.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내놓는 정공법이 아닌 사교육 시장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논리는 전형적인 보수층의 주장과 일치한다.
설사 사교육이 망가진 공교육의 대안이라고 치더라도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가난한 학생은 어쩌라고. 교육은 누구나 평등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공공서비스의 영역에 속한다. 비싼 물건을 사고 파는 소비시장과 교육은 분명히 다르다. 공공서비스를 마치 상품선택의 자유로 접근하려는 신해철은 논리는 비유부터 잘못되었다. 굶지 않을 정도로 먹고, 아프면 병원에 가고, 똑같이 배울 수 있는 공공서비스가 사라지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도 사라지고 만다. 학생은 상품이 아니다.
사교육에서 공교육의 대안을 찾은 신해철은 순진하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학원이 공익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은 것일까. 학원과 학교가 적절하게 역할분담을 하면 입시지옥이 사라진다고 생각한 걸까. 학원시장은 점점 커져도 그런 역할분담도 없었고 학원이 교육의 공익에 기여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이번 신해철의 입시학원 광고논쟁이 단순히 공교육과 사교육으로 나눠서 흑백논리로 전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광고로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공교육까지 위협하는 사교육에 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신해철이 이걸 목표로 삼았다면 아마 성공한 광고였을 것이다. 신해철 광고는 사회적 잡음을 일으켜서 이런 글도 쓰게 하니 의미 있는 쇼라고 해두고 더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자.
신해철을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로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사람들이 무척 많다. 소위 진보적인 사람들도 자신의 자녀교육 문제가 엮이면 교육문제를 개탄하다가 사교육에 의존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준다. 신해철도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그런 고민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입시지옥을 비판하지만 그 구조적 문제를 고칠 가망이 없으니 결국 자신의 자녀가 뒤쳐지지 않게 하려고 좋은 학원에 보내려는 그런 마음이다. 이런 현상 안에 있는 신해철이라고 해두자.
이번 사건을 신해철 개인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오는 갈등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수많은 신해철들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일제고사로 학생을 평가하고 경쟁만 강요하는 현교육 정책은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악영향만 끼친다. 입시지옥 속에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입시지옥을 바꿀 의지도 없고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없이 영어교육에 몰입하는 현정부의 교육정책에 비난이 집중되어야 한다.
{ 8 comments… read them below or add one }
어쨌거나..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 교육문제만큼은 보수 진보가 따로 없습니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교육문제를 이해하는 키워드이기도 하구요.
생각해보면.. 참 슬프기 짝이 없는 일이죠.
잘 보구 갑니다 시간 되시면 제 카페도 들려 주세요.
어려운이야기 할 필요 없습니다.
신해철씨가 광고한 학원이 정말 효과가 있는 곳이라면 좋은것이고
효과가 없다면 나쁜것입니다.
신해철씨가 입 벌리고 손벌리고 그 학원이 짱이라고 말하는 비쥬얼이 조금 짜증나기는 하지만 효과가 있다면 한번 해볼만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신해철씨 노래 들을 때마다 입벌리고 어느곳에 몇명 들어갔다는 이미지가 떠오를것 같습니다. 아니오 나쁜것은 아니지요 그냥 생각이 난다는 것이니까요 누가 잘못됐답니까 신해철씨 나쁜말한거 아니잖아요 누가 얼마 들어갔다고 한것이 거짓은 아니잖아요 아 개한민국 오해한다고 하지 말아요 내가 쫒아다니면서 이해 해줘야 하는사람도 아니고 분석하고 시시비비 가리는 사람도 아니니까요 변명은 하실수있겠지만 피곤해요 듣고 싶지 않아요 나 신해철씨 노래 좋아해요 그리고 기억할게요 효과적인 공부가 필요한것은 저도 수긍해요 신해철씨 파이팅
프랭키 — 맞는 말씀입니다. 자녀교육문제에 관해서는 묘하게 일치하죠. 안타까운 일이죠.
전단지박사 — 네,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카페도 번창하시길 바랄게요.
너구리 — 신해철 팬이신가 보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가수라서 더 안타깝습니다.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그가 비판했던 공교육 문제의 결말이 결국 사교육시장이라니. 신해철이 달을 가리키는 손톱만 본다고 말했는데, 저는 신해철이 교육문제의 ‘뿌리’는 보지 못하고 ‘가지’만 보고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신해철의 철학을 동경했고, MBC 고스트 스테이션 (네이션) 애청자였던 한사람으로써, 그 라디오에서 신해철이 말했던 사실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동동이(애칭) 아시나요? 신해철의 갓 태어난 딸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3살 쯤 됐겠군요.
라디오에서 동동이 얘기를 참 많이 했었습니다.
동동이는 절대 현재와 같은 입시지옥에 내 놓지 않고 자유롭게, 농담처럼 ‘바보들의 모임’ 이라는 자기 자식을 입시 공부에 매달리게 않게 하는 부모들의 모임도 만들자고 했을 정도입니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이런 부모들을 봤을 때 ‘바보들’ 이라고 비난할 지언정 , 바보처럼 밀어 붙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메시지였습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현재의 신해철의 발언에 매우 실망한 상태입니다. 공교육/사교육을 떠나서 입시지옥에 밀어 넣는 것은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봤을 때, 크게 모순된 행동이었거든요. 엎어치나 메치나, 그렇게 소리치며 가서는 안된다는 곳을 향하면서 왜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oz — 안타까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소신과 음악을 일치시켜 온 그의 음악관을 존중했던 사람으로 봐도 이번 일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신해철의 해명을 듣고 있어도 동의하기보다 이게 오히려 팬들을 더 소외시키는 느낌이 강합니다.
공교육 사교육 모두 몸 담아본 나는 우리 교육이 정말 걱정되서 죽겠어
애들 이렇게 키우면 안 되는데…..정말 안 되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얼마나 가지치기를 당하는지 아마 부모들은 잘 모를 거야.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 느끼는 고민이 무척 많겠다. 아이들을 숨도 못 쉬게 경쟁체제로 몰아세우는 현실이 막막하다. 우리때와 비교해도 너무 심해지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