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새해 첫날

by 류동협 on 2009년 1월 3일

in 즐기고 비평하고

잠들기 전에 봤던 색소폰연주자 데이브 코즈의 유쾌한 재즈공연 방송 때문인지 2009년의 아침은 상쾌하게 시작했다. 개다리춤을 추는 색소폰연주는 상상 밖의 즐거움이었다. 생각해보니 요즘 들어 악몽을 자주 꾸는 게 우울한 뉴스를 자주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숙면을 위해서 자기 전에 뉴스 보는 일은 삼가야겠다.

새해 첫날 기분도 낼 겸 오랜만에 커피 마시러 커피가든에 갔으나 뿌리박고 있는 랩탑족으로 인해 자리가 없었다. 역시 강적이다. 그 다음 장소로 커피맛이 좋기로 유명한 솔트레이크 로스팅 컴퍼니로 향했으나 새해 첫날이라 문을 닫았다. 문을 연 곳을 찾아서 파라다이스 카페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다행히 문을 열어서 더이상 방황하지 않아도 되었다. 여기도 문을 닫았으면 할 수 없이 스타벅스라도 들어갈 참이었다.

샌드위치와 라떼를 시켜놓고 아내와 나는 한 해의 계획을 풀어놓았다. 올해의 결심은 느슨하게 짜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계획대로 하지도 못할 걸 욕심부리는 짓은 그만해야겠다. 네 개 정도만 생각해뒀는데, 그 가운데 가장 필요한 건 역시 박사논문이다. 나이가 40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학생신분을 유지하는 게 좀 그렇다. 그만 지체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올해의 최대 과제이다. 다행히 올해의 토정비결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운수 덕 좀 보자.

일 년 중 시간에 제일 민감해지는 시기가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첫날이다. 그 외의 시간은 참 빠르게 날아간다. 요즘은 월 단위로 시간이 흐른다. 워낙 무계획으로 살다 보니 목표치의 절반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전 세계 1500만 명이 쓴다는 프랭클린 코비 다이어리를 샀다. 알고 보니 그 회사의 본사가 솔트레이크시티에 있었다. 다이어리 맨 앞장에 올해의 결심 네 가지를 또박또박 적었다.

2009년 첫날의 마지막 음식으로 얼마 전 영국영화 ‘디어 프랭키’에서 봤던 피쉬앤칩스를 아내가 만들어줬다. 날이 추워지니 기름진 음식이 자꾸 땡긴다. 체코 스타일 맥주랑 맛있게 곁들여 먹었다. 사실 슈퍼에서 맥주를 살 때만 해도 체코 맥주인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 근처 동네 양조장에서 만든 거였다. 이 동네는 지역 산업이 죽지 않고 은근히 살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타종 조작방송에 대한 기사를 읽고 열이 뻗혀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말았다. 첫날이라 상큼한 글로 시작하려 했는데 세상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리고 블로그를 빼고 일상을 말하는 게 어렵게 되어있는 나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가. 졸려서 자러가면서도 이 글을 써야하는데 하는 미련이 남았다. 결국 다음날이 되어서 참지 못하고 쓴다.

두번째 날은 계획표에 잔뜩 이것저것 마감일을 적어놓았다. 2009년은 해야 할 일이 참 많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참 2009년은 쥐잡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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