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가 내 아내

by 류동협 on 2008년 4월 24일

in 세상과 나

나는 어떤 결단을 내리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사고형 인간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우유부단한 인간이다. 디카나 컴퓨터 같은 걸 살때도 언론평이나 소비자평도 꼼꼼히 읽어보고 상품을 골라야 안심이 된다. 내 아내는 나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 떠오른 생각대로 결정한다. 아내는 처음에 마음에 든 건 나중에도 별로 달라질 것 없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아내는 잘못된 정보나 글을 보면 참지 못하고 바로 알려줘야 직성이 풀린다. 내 블로그 글도 아내가 가끔 읽는데 주로 오탈자나 잘못된 내용을 고치라고 닥달한다. 이 글도 나중에 고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도서관에서 중국 여행에 관한 비디오를 빌려서 보다가 중국의 만리장성이 평양에서 시작되었다는 황당한 정보를 보다가 급기야 아내는 반크라는 사이트에 그 내용을 알리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결국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지만 뭔가 할 도리를 했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또 아내는 유타미술관에 갔다가 한국관에서 한국 도자기와 나란히 적혀있는 정보가 잘못된 걸 발견했다. 삼국시대의 연대표기를 줄여서 잡은 것과 조선시대를 이씨 왕조로 낮춰서 불렀다. 이번에는 반크가 아닌 유타미술관의 담당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다. 그러고나서 잊어버리고 있는데 미술관에서 답장이 왔다. 지금 미술관 확장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 한국관을 옮길 때 바로잡겠다고 적었다.

나는 귀찮아서 못할 일을 아내는 직접 행동에 옮긴다. 일상 속에 있는 작은 오류지만 그걸 바로 잡으려는 아내의 노력은 배우고 싶다. 나도 고쳐주고 싶은 내용의 책이나 글을 읽지만 나같은 사람의 말을 누가 들어줄까 하고 행동을 접는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통하는 일도 있으니 매사에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지나친 생각은 회의적인 결론을 유도하고 행동을 방해한다.

{ 12 comments… read them below or add one }

1 프랭키 2008년 4월 24일 at 9:05 am

역시 멋진 분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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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류동협 2008년 4월 24일 at 2:09 pm

프랭키 — ^^ 아내가 이 댓글을 보면 무척 좋아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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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거 2008년 4월 24일 at 3:26 pm

세상사람들 모두가 이처럼 일상생활속의 작은 오류를 묵과하지 않고 집요하게 시정을 요구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아지겠지요. 그림에서나 행동에서나 정갈하면서 강직한 멋이 품어나오는 멋진 분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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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fisher 2008년 4월 24일 at 8:38 pm

와…정말 멋진 분이세요~
저는 몰라서;;;; 게을러서;;;; 못하는 일인데.
부부가 서로에게 배울점을 본다는 것. 참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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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nny21 2008년 4월 24일 at 8:48 pm

좋은 아내분을 두셨네요.. 류동협님께서 아내 분께 잘하셔야 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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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syd K. 2008년 4월 24일 at 9:15 pm

캬캬 언니 멋지삼. 언니를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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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류동협 2008년 4월 25일 at 4:27 pm

이렇게 많은 댓글이 올라올 줄은 몰랐습니다. 아내가 쑥스러울 정도로 좋은 글을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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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저녁노을 2008년 4월 27일 at 7:38 pm

작은 일이지만 모이고 모이면 세상은 변한다고 봅니다.
멋집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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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노란전차 2008년 4월 29일 at 2:58 am

이 자리를 빌어서 남깁니다.
장하다 내 친구, 자랑스럽다. 5월에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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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류동협 2008년 4월 29일 at 7:21 pm

저녁노을 — 작은 일이라고 무시해선 안되겠죠 ^^

노란전차 — 아내한테 잘 전해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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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리 2008년 4월 30일 at 10:58 am

정말 멋지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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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류동협 2008년 4월 30일 at 12:36 pm

마리 —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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