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이지 않은 진보 메타블로그

by 류동협 on 2008년 4월 5일

in 먹고 즐기고 비평하고

얼마전부터 진보계 소식을 듣기 위해 민중의 소리에 들른다. 주류 언론에 소외된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소식이 여기서는 주류다. 뉴스를 보다가 우연히 여기에도 메타블로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진보네트워크에서 하는 메타블로그인 풀로그와 비슷한 피플로그였다. 그다지 활발한 활동이 있지 않았지만 반가웠다. 이 메타블로그를 통해서 나와 비슷한 정치적 성향의 다른 블로그를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풀로그처럼 일단 가입하고 내 글도 이쪽으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가입 화면을 띄웠을 때 실망했다.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 지나친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요즘에는 포탈도 이렇게까지 개인정보를 기입하라고 하지 않는다. 진보적 메타블로그라면서 개인 정보 보호에 이렇게 무심할 수 있을까.

영어권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다른 정보는 모두 선택이다. 미국의 주민등록번호라 할 수 있는 사회보장번호를 요구하는 곳은 은행 같은 신용기관 뿐이다. 서구 사회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법이 훨씬 오래되었고 체계화되어 있어서 개인 정보 보호에 한국보다 약간 앞서 있다. 하지만 한국도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문화가 성숙해지고 있다. 그런데 개인의 프라이버시 같은 권리를 존중하고 앞장서야할 진보 사이트가 이렇다면 모순이다.

그리고 웹표준도 지키지 않아서 파이어폭스에서 저렇게 표가 깨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자본에 비판적이어야 할 진보 메타블로그가 인터넷 독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한 것 같았다. 성명서나 발표하고 이런 일상적인 문제는 그냥 덮어두는 것인가.

결국 피플로그에 가입을 포기했다. 한국 주소를 넣으라고 하는데 나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한국에 주소지가 없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다.

나는 진보 단체가 잘되길 바라고 응원하는 심정이지만 이런 비진보적 모습은 참을 수 없다. 진보단체는 대체로 거창한 구호와 담론으로 진보적 가치를 주장하지만, 이런 일상의 영역에서 진보적 실천에 소극적이다.

피플로그에 한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개인블로그의 주소에 대한 존중이다. 올블로그, 블로그코리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메타블로그에서 글을 읽으면 개인블로그 주소가 어느새 메타블로그 주소로 바뀌어 있다. 물론 자세히 살펴면 개인 블로그 주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건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다음의 블로거뉴스는 아예 개인블로그 주소를 지우고 다음 블로거뉴스 주소만 부여한다. 하지만 피플로그는 개인 블로그 주소를 온전히 살려두는 몇 안되는 메타 블로그다.

피플로그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가끔 찾아서 살펴볼 것이다. 피플로그가 ‘진보적’ 블로그 운영에 관심을 기울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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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omments… read them below or add one }

1 공현 April 5, 2008 at 7:42 pm

민중의 소리가, 아무래도 진보넷 그런 데보다는 정보인권 문제나 대안적 웹의 문제에 좀 무관심한 거 같더군요 –; 선거실명제도 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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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c까비 April 5, 2008 at 10:26 pm

실명제 안 하면 벌금냅니다… 벌금형 받아도 버티다가 감당하지 못할정도가 되니까 실명제 적용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신 실명확인 안 해도 그대로 댓글 같은거 달 수 있게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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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류동협 April 6, 2008 at 7:49 pm

공현 — 저도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큰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작은 일상도 진보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죠.

Mc까비 — 선거법이 문제가 많더군요. 공정을 내세우면서 표현의 자유를 막는 이상한 논리더군요. 거꾸로 가는 세상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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