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케익가게: Fumi Yoshinaga (2005) 서양골동양과자점 Antique Bakery

by 류동협 on 2007년 10월 7일

in 즐기고 비평하고

반스앤노블(Barnes and Noble)이나 보더스(Borders) 같은 대형 미국서점에서 일본 만화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아예 Manga라는 서가로 분류되는 일본만화는 미국만화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 일본만화 서가의 20% 정도는 한국만화가 차지하고 있다. 비슷한 그림체와 스토리라는 이유로 이곳에 두었나보다. 한국만화와 일본만화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만화책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만화는 읽는 방향이 반대라서 나는 적응하는데 한동안 고생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가끔 만화방에 드나들며 다양한 독서의 경험을 누릴 수 있었지만, 미국에 오고나서 이 만화방이 가끔 아쉬웠다. 서점에 가서 재미삼아 일본만화 시리즈를 사서 단숨에 읽었다. 예전에 ‘초밥왕’ ‘명가의 술’류의 음식만화가 마음에 들어서 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를 골랐다. Antique Bakery라는 만화인데, 한국에는 어떤 제목으로 번역되었는지 모르겠다.

서양골동양과자점은 남자 네명이 케익가게를 꾸려가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여자 직원 한명도 없이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케익가게는 머리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다. 스토리도 탄탄해서 왜 그들이 모이게 되었고 그들 사이의 갈등도 이해하게 되었다. 모두 꽃미남에다가, 그중에 둘은 게이였다. 일본 만화에서 게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자주 나오는지 처음 알았다. 한국 만화에서 접할 수 없는 소재여서 신선했다.

미국에 와서 우연찮게 게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지금 재학하고 있는 학과의 박사과정에만 두 명이 있고, 교수들 가운데도 몇 명이 있다. 그리고 이래저래 알게된 게이도 몇명이 더 있다. 한국에 있을때는 완전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서 겪어보니 별로 다른 게 없다. 오히려 소수자라는 정서때문인지 잘 통하는 면이 있다. 얼마전 콜로라도주 국민투표의 항목 중에 게이의 결혼에 관한 게 있었다. 물론 부결이 되었지만, 미국에서 동성애에 관한 인식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상황은 내가 아는 바 없지만, 적어도 일본만화 속에서 동성애의 코드는 강하게 부각이 된다. 서점에 펼쳐본 몇가지 만화에서 흔하게 동성애를 다룬 걸 볼 수 있는 걸보면 알 수 있다. 이 책도 동성애를다룬 만화란 걸 모르고 샀다.

케익을 통해서 개인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이 만화책을 통해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탈리아 속담에 “맛있는 음식은 삶의 고통을 잊게 한다”라는 게 있다. 은퇴한 경찰의 쓸쓸한 심정이나 좌절한 권투선수의 꿈도 다독거려준다. 거창한 사건이나 희대의 로맨스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만화다. 보기만 해도 근사한 케익은 읽는 동안 군침을 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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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comments… read them below or add one }

1 October 8, 2007 at 7:40 am

서양골동양과자점.. 이걸 어찌 끊어 읽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ㅋㅋ 나름은 “서양골동 양과자점”이라고 끊었으나 정확한 지 모르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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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yd K. October 8, 2007 at 3:53 pm

귄언니, 저거 서양 골동 양과자점, 이라고 어디서 들었던. Western Antique Bakery. (끊어읽기 중에 재일 잼났던 게 서양골 동양과자점… 흐흐흐)

그리고, 이 작가 요시나가 후미는, 정말 유명한 BL(Boys Love)계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이죠 =.= 덕분에 노말물을 그려도 그 삘이 팍팍 나온다는.. (켈켈… 사실 이 만화같은 경우는 아주 건전한 노말물에 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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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먹는 언니 October 8, 2007 at 4:45 pm

이 만화 넘 잼있어욧! >.<
근데… 서양골 동양과자점이 아니었군요. ㅋㅋㅋ Antique Bakery이라면 서양 골동 양과자점인건가요? 훔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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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류동협 October 9, 2007 at 2:03 am

@귄, syd K.,
난 한국말로 번역한 거랑 영어로 한거랑 나름 느낌이 다르더라. 한국말이 훨씬 정감이 있긴하지. 끊어읽기가 그렇게 할 수도 있다니 놀라운 걸.

@먹는 언니,
정말 오랫만에 오셨네요 ^^ 역시 먹는 얘기라면 놓치지 않는 예리함. 한동안 먹는 얘기가 뜸했는데 앞으로는 자주 올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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