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이 발행하는 어린이 잡지인 고래가 그랬어에 실린 만화다. 최규석 연재하는 코딱지 만한 이야기의 한 꼭지이다. 그런데 만화 속에서 천사를 죽이는 장면이 나왔다. 그게 문제가 되어서 잡지를 절독하거나 항의하는 학부모가 있었던 모양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착하고 좋은 것만 보여줘야 하는데, 천사를 죽이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 건 충격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만화 속의 천사는 일종의 은유로 보면,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다. 자신이 처한 운명에 무작정 순응하며 살라고 말하는 가짜 천사다.




어린이들은 이 만화를 보고 “그냥 나쁜 천사네”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어른들은 어린이 정서상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생각하는 어린이와 현실의 어린이는 분명히 다르다. 어린이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어른들이 과민반응을 보인다. 어린이에 대한 과소평가나 과잉보호가 드러난 현상이다. 항상 아이들을 온실에 가둬두고 키울 수는 없다. 아이가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만 살다가 가혹하고 험한 세상에 나왔을때 받을 충격을 생각해봐야 한다.
만일, 이 만화에서 천사를 죽이는 순간 그 천사가 악마로 밝혀졌다면, 아마도 논쟁거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행간에 숨은 의미를 읽기보다 눈에 보이는대로 믿어 버린다. 부지런히 생각한다면, 그 천사의 실체를 알 수 있다. 운명에 체념한 채 살아있는 시체로 연명하는 인생을 권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