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인용문은 나의 학문적 본보기로 삼고 있는, 석사때 만난 강인규 선배님의 글입니다. 아직도 서론과 결론의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 글을 통해서 전체적인 기능과 감은 잡게 되었다. 나는 서론을 가장 나중에 쓰는 경향이 있다. 서론은 앞으로 전개될 글에 대한 소개인데, 저는 글의 설계에 대한 명확한 생각없이 일단 쓰고 봅니다. 그래서 항상 다시 고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현명한 방식의 서론쓰기는 처음에 글을 쓸때 서론에서 설계를 잘 하면 된다. 하지만 늘 시간에 쫓겨 쓰다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글이 다르게 전개되어 항상 서론을 고치게 된다.
특히 서론에 대한 개념은 서구와 한국은 다르게 접근한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논문은 두괄식을 주로 따른다. 주제가 되는 문장을 먼저 보여주고 사례나 논리적 뒷받침이 될만한 내용이 뒤따른다. 한국의 논문은 서론에서 주제를 보여주기보다는 미괄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에피소드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서서히 주제에 접근하는 식이다. 그래서 한국식 글쓰기로 논문을 써서 제출하면 미국 교수들은 서론에 내용이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과 서구의 글쓰기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 나는 항상 헷깔렸다. 나는 이제는 영어로 논문을 쓸 때 두괄식 글쓰기와 서론의 중요성을 의식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
저는 서론과 결론의 다른 점을 ‘기능’의 차이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둘의 기능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면 서론과 결론이 형식상으로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서론의 기능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덫’을 놓는 것이고, 결론은 이미 ‘교화’된 독자를 사회로 돌려보내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서문과 결론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지를 한 번 생각해 보지요.
1. 서론: 독자로 하여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설득하는 과정
그렇다면 서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독자를 끌어들일 것인가?” 겠지요. 그렇다면 서론에서는 이런 내용을 다루어야 할 겁니다.
- 당신은 왜 내 논의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가?
- 왜 이 시간에 남의 연구보다 내 연구를 읽는 것이 유익한가? (내 연구는 남의 것들과 어떻게 다르고 왜 더 나은가?)
- 앞으로 내 긴 이야기를 들어주도록 간단한 ‘맛보기’를 보여주는 것. (그러나 여기서 너무나 많이 먹이면 나중의 ‘주메뉴’를 시시하게 여길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지요.)
- 당연히 서문은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쉽고 재치있게 써야 하는데, 특히 첫 문장은 너무 길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결론: 내 덫에 걸린 희생자를 본론에서 ‘교화’시킨 후 사회로 돌려보내는 ‘환송식’
결론에서는 앞의 긴 논의를 간단히 정리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단순한 요약이어서는 곤란합니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논의를 되풀이하는 것은 시시하게 들릴 뿐이지요. 서론에서 내 논의에 매혹되어있던 어리숙한 독자가 이미 상당부분 내 수준을 따라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결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단순한 요약보다는 내 논의로부터 무슨 ‘교훈’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합니다.
- 마지막 문장은 덫에서 빠져나간 독자가 나와 보낸 시간을 즐겁게 기억할 수 있도록 재치있고 인상적으로 써야 합니다.
- 영화에서 흔히 결론이 서두로 되돌아가듯이, 결론은 서론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결코 앞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