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제목 정하기

by 류동협 on 2007년 4월 4일

in 문화연구와 미디어

남들처럼 멋진 제목을 정하려고 했지만, 도무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에게 카피라이터같은 재능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냥 평범한 방법으로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반적으로 논문자들은 연구문제에서 제목을 끄집어 낸다. 우선 참고하기위해 박사과정 선배들의 논문을 구했다. 제목만 훑어봐도 대충 제목을 정하는 경향을 알 수 있다.

  • The Kinder, Gentler Gaze of “Big Brother”: Reality TV in the Era of Digital Capitalism

  • Troubled Pasts: Journalism and the Development of Collective Memory

  • Media, Religion, and Culture in Contemporary Korea: Production and Reception of Religious Symbolism in a Daily TV Serial

  • English by Popular Demand: American Prestige Press Discourses on Language and Globalization in a Post Cold War World

  • The Denial of Development: A Critical Study of Palestinian Internet Center

  • Serbian Spaces of Identity and Belonging: Narratives of Serbian Nationalism

  • Cultural Conflicts and Problems of Free Speech: Comparative Free Speech in the United States and Japan as Exemplified by Limits on Sexual Expression

전반적인 추세는 짧은 제목이다. 제목이 짧은 대신 부제목은 길어진다. 콜론(:)의 마법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부제목으로 논문이 구체적으로 다루는 문제를 다루고, 주제목은 압축적이거나 은유적인 문구가 된다. 내가 처음에 생각하던 제목은 논문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니까 부제목으로 쓰면 되겠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압축적으로 내 논문의 성격을 드러낼 제목을 정하는 거다.

내 논문의 부제는 “The Making of Musical Tastes in Korea”다.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문화연구자인 E.P. Thompson의 영국노동계급의 형성(The Making of the English Working Class)에서 영감을 얻었다. 경우에 따라서 이게 주제목이 될 수도 있다. 내 머리로 생각해낸 주제목은 “Modernity as Cultural Capital”인데, 연구문제가 바뀌면 이것도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론적으로 부르디외의 문화자본이나 취향에 관한 생각에 주로 의지해왔다. 취향을 다룬 다른 이론들도 더 찾아보고 고민을 더해봐야 한다. 한국인의 취향은 부르디외가 말한 계급적 요인보다 다른 요인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나 푸코의 이론을 응용할 수 있을지 생각중이다. 지금까지 참고한 근대성에 대한 논의는 주로 서양학자들이니,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 다룬 근대성 이론을 참고할 것이다.

내 논문의 잠정적인 제목은 “Modernity as Cultural Capital: The Making of Korean Musical Tastes“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제목을 정하고나니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먼길을 둘러와서 이제야 출발점에 서있다. 연구문제를 다듬고, 방법론을 설계하고, 이론적 논의를 참고해서 논문 프로포잘을 쓰는 일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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