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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05

숙명의 라이벌: 남진과 나훈아

February 27, 2005

namjin-jazzyryunahunna-jazzyryu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두 가수의 인생역전이 재밌다. 나훈아가 느꼈을 열등감도 이해가 된다. 북춤, 장고춤을 쇼프로에서 나훈아가 하는 걸 본적이 있지만, 이런 배경이 있을꺼라 생각은 못해봤다. 인기가 역전이 되어버린 지금 남진은 무슨 심정일지도 궁금하다. 항상 같이 언급되는 옛날 가요계의 두 스타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언론에서 생각하는 만큼이 아닌 서로 무심한 사이일지도 모른다. 혼자는 심심하지만 라이벌은 흥미진진한 대결이 그려지니까.

남진과 나훈아는 이른바 숙명의 라이벌로 가요사에 기록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지금이야 나훈아가 더 활발한 활동을 하지만 당시에 있어 남진은 나훈아가 넘지 못할 벽이었다. 연말에는 십대가수 청백전이나 가수왕 선발전을 하게 마련인데 나훈아는 언제나 남진 바로 앞이었고 남진은 언제나 제일 뒤였다….. 얼마 후 나훈아가 잠시 잠적한다. 남진에게 뒤지는 결정적 이유가 남진은 근사한 춤으로 노래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데 반해 자신은 막대기 모양 가만히 서서 노래하는 데 있다고 보고 그 역시 춤을 비롯해 다양한 무대 연출법을 연마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 기다리는 팬들 앞에 그는 돌아왔고 팬 앞에 선보인 춤은 실망스럽게도 그러나 한편으로는 흥미롭게도 장고춤이나 북춤이었다. 일종의 변별화 전략이었다. 그래도 남진과 나훈아의 서열은 역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이제는 남진과 나훈아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어버렸으니 인생은 역시 새옹지마인가? 이성욱(2004)의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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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묵시록 (La Nuit americaine, 1973)

February 24, 2005

현실과 영화적 현실의 공존을 찾아서

dayfornight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을 보면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Day for Night”는 영화 용어로 밤장면을 찍기 위해 낮에 카메라 렌즈에 필터를 끼워서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즉 영화적인 진실을 만들기 위해서 현실을 변형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가 영화관에서 접하는 현실은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과장과 축약을 거친 후에 만들어진 영화적인 리얼리티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현실과 영화적인 현실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차이를 넘어서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이고, 초월을 통해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한다. 영화적인 현실인 실제의 현실에 개입하는 현상을 제 2의 현실이라고 역설하는 것이다. 이들의 관계가 명확하게 표현된 것은 원제이다. 밤과 낮이라는 이항분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는 보완적이다. 주로 낮은 일상적인 시간의 흐름이 지배한다. 반면에 밤은 공상적, 환상적인 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이것을 유추하면 낮은 일상적인 시간이 흐르는 실제 현실을 뜻하고, 밤은 꿈을 꾸는 시간인 공상적, 환상적인 시간이 흐르는 영화적 현실의 또 다른 표현이다. 낮을 밤으로 바꾸는 것은 현실을 변형하여 영화를 만드는 근본적인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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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앤칩스

February 18, 2005

2005Boulder044

2년 전에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영국에 있는 록버로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바쁜 일정에 쫓기고, 감기에 걸려서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피쉬앤칩도 못먹어 보고 와서 내내 아쉬웠다.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라는 영국의 인기 요리사의 조리법을 따라서 아내가 만들어 봤다. 맥주로 반죽해서인지, 담백하고 고소한 튀김옷이 넘 맛나다. 이제야 원 풀었다. 이거 먹기전에는 한국에서 먹던 생선까스라고 생각했는데, 그것과 좀 다르다. 맥주의 효과인지 전혀 비리지 않고 맛이 묵직하다. 이 음식은 흑맥주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둘다 걸죽하고 묵직한게 풍미가 오래오래 입안에 남아있네요.

영국의 날씨는 우중충하고 냉기가 뼈속까지 스미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감기가 단단히 걸렸나보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데, 친절한 노신사가 길을 자세히 알려주는가 하면, 지하철에서 마구 밀치고 지나가는 회사원들도 있었다. 교통체계가 한국과 반대라서 무지하게 헷갈려서, 좀 위험했던 적도 있었다. 벽에는 온통 페인트로 낙서가 되어있고, 거리가 좀 지저분 했다. 일요일이라 뭔가 사먹으려고 돌아다니는데, 문을 연데가 없어서 고생좀 했다. 대체로 영국에 대해서 안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왔다.

근데 신기한 건 돌아온 후에 영국에 대한 이미지가 정반대로 좋아져만 갔다. 낡고 오래된 건물도 그립고, 맨날 비가 내리는 스산한 날씨가 가끔 생각난다. 웨스트 엔드의 뮤지컬 극장, 코벤트 가든, 그리고 하이드 파크에 가보고 싶어졌다. 월마트가 아닌, 재래시장에서 물건도 사고 그런 풍경이 더 정겹다. 살인적인 물가에 조금 두렵긴 하지만, 영국은 이상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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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Love Letter, 1995)

February 3, 2005

시간을 넘어선 세 자아의 결합

loveletter3

시간의 역류를 꿈꾸는 여인이 보내는 편지에서 사건이 발단된다. 와타나베 히로꼬는 애인의 졸업 사진 속에 적혀있는 주소를 보고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의 대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집을 지키고 있는 중학생인 후지이 이즈끼이다. 시간과 공간상으로 놓여있는 차이를 넘어서는 것은 현실에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꿈을 꾸듯이 편지를 쓰는 마음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다. 러브레터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다른 표현이다. 여기에서 러브레터는 사랑하지만 전하지 못하는 짝사랑의 대상으로 향하는 것이다.

lovelette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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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February 2, 2005

blade_runner

혼돈과 변화의 신화

우주 식민지 건설이 한창 진행되는 시대가 바로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이다. 지구는 한 눈으로 보아도 암울하고 비관적인 세계로 잠식되어 있다. 지구인들은 희망이 사라진 지구를 떠나 새롭게 건설된 우주로 떠나가는 시기를 보여준다. 어두운 하늘에는 늘 산성비가 내리고, 낡고 허름한 건물 외벽을 가득 메운 광고가 있고, 온갖 인종이 모여있는 거리는 북적거린다. 2019년 LA에는 전원적인 삶은 사라지고, 도시의 더럽고 비인간적인 모습만 남아 있다. 컴컴한 하늘을 향해 뚫려있는 굴뚝은 폭발하며 기계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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